교육후기

음악 하브루타

하브루타의 여러장점중 하나는 우리주변에 늘려있는 거의 모든 소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 토요일 학생과 <음악 하브루타> 를 해보았다. 처음부터 음악 하브루타를 하겠다는 의도성을 가지고 진행하지는 않았다. 요즘 아이들답게 학생은 랩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쉬는 시간에 나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처음에는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저질스럽게 들리는 가사가 귀에 거슬렸다. 그래서 학생에게 정중히 거절했다. 학생의 표정에는 실망의 느낌이 살짝 보였다. 마치 '당신도 여느 어른들과 다름이 없군요!'라고 말하는 듯 했다. 내가 학생의 관심사에 관심이 없으면서 어떻게 그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대화로 내면의 작은 씨앗에 불씨를 살릴 수가 있겠는가? 하는 반성이 순간적으로 일었다. 잠시뒤 학생에게 다른 음악도 들려주기를 부탁했다. 학생은 금세 밝아진 표정으로 자신이 즐겨듣는 가수가 나오는 "쇼미더 머니" 의 영상을 함께 볼 것을 제안했고 나는 동의했다. 그리고 나는 학생에게 음악을 들으면서 하브루타를 해보자고 했다. 처음엔 의아하게 생각하던 학생은 곧 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는 함께 랩 가사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질문을 써 내려갔다. 첫곡은 나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샵건이라는 랩퍼의 <비행소년> 이었다. 처음엔 노래 제목만 듣고 왠지 부정적인 느낌이 나의 온몸에 전해져 오면서 '내가 잘 하는 게 맞을까?' 하는 불안감이 일었다. 그리고, 시작된 리듬과 랩퍼의 가사들이 화면 자막으로 나의 귀로 전해져 왔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이 랩퍼라는 자신의 꿈을 찾기위해 가출, 방황하는 긴 시간동안 엄마는 자신의 꿈을 접고 하루에 12시간동안 생계를 책임지는 힘든 삶의 열정에 아들은 미안함을 느끼고, 노래 가사 여기저기에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베어난다. 그리고 마침내 시련을 이겨내고 랩퍼라는 꿈을 이루어 높이 비행하게 된 자신의 성장과정이 가사 전반에 녹아있다. 그리고 아들은 자신의 꿈만을 위해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청춘을 보상해주겠다는 가사로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와 사랑을 노래한다." 가사를 듣고 질문을 쓰면서 난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TV에 나오는 랩퍼들의 현란하고 거북한 장신구와 옷차림에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서 그들의 노래를 듣기를 거부했다. 그냥 유행을 쫓는 아이들의 일시적인 객기정도로 치부한 나의 관점을 스스로 호되게 꾸짖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들과 소통한다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를 거부하고 내가 듣고싶은 소리만 들려주기를 바랬던 건 아닌지? 많이 반성되는 시간이었다. <비행소년> 이라는 가사를 텍스트로 정해서 학생과 서로 질문하고 대화하면서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학생들에게 꿈을 갖는 것이 왜 중요하고 꿈을 이루기위해서 어떤 전략이 필요하고, 나만의 행복을 위한 이기적인 꿈보다 나의 성장과 꿈이 또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진짜 꿈을 이루는 것이라는 긴 설교의 코칭방식이 이 노래 한 곡에 다 들어있음을 느꼈다. 학생과 나는 함께 음악을 듣고 가사의 의미 하나하나를 질문형식으로 바꾸어 대화함으로써 그냥 느꼈다. 꿈을 이룬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공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학생은 수업이 끝날때 쯤 이렇게 피드백을 했다. "내가 늘 좋아하고 즐겨듣는 음악을 엄마나 아빠는 시끄럽다고 소리를 줄이거나 혼자들으라고만 했다. 어떤 어른도 좋아해주지 않았다. 오늘 선생님과 내가 수십번도 더 들었던 가사를 하브루타방식으로 질문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 새롭고 신기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나도 나의 꿈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겠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 학생의 피드백을 들으면서 순간 울컥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하브루타의 힘이 새롭게 다가오는 시간이었다. 인천안산하브루타부모기자 배계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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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배계련

등록일2016-10-24

조회수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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