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소통의 최고 문화, 하브루타
최신혁
(서울 노원)
저는 경상도 출생이자, 목회자이신 부모님 아래에서 자라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형, 그리고 2명의 누나와 북적대며 자라났지만, 가정 안에서 편안한 ‘대화’나 ‘소통’을 느껴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단순한 표현들과 함께 네, 아니오 식의 대화가 일색이었고, 가족들과 통화할 때는 ‘용건만 간단히’라고 말해야 했습니다.
저는 절대로 부모님처럼 살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또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핏줄은 어쩔 수 없는 건지 자꾸만 부모님을 닮아가는 스스로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져야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드디어 길을 만났습니다. 바로 ‘하브루타’를 통한 교육이었습니다.
아이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자녀들의 생각도 많이 들어준다고 생각했지만 실질적으로 깊이 아이들에게 질문하거나, 그 대답을 듣지는 않았던 제게 하브루타는 완전히 새로운 교육이었습니다. 일단 제일 큰 변화는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대화를 걸었던 제가 이제는 아이들에게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식으로 묻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과 TV를 보거나 그냥 지나쳤던 저녁 역시 아이들과 오늘 있었던 일로 하브루타를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나갔던 일들도 대화거리와 소통의 주제가 되었고, 그저 읽어주기만 했던 독서 시간에도 함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아이와 지나가다가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하브루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을 하고 나니‘어떤 상황에서도 하브루타를 할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좌회전해서 가는데, 왜 옆의 차들은 가만히 있냐는 아이의 사소한 질문이 많은 차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왜 신호를 지켜야 하는지, 신호를 지키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하는 교육의 계기가 된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하브루타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저는 목사입니다. 상대적으로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예배를 드리는 신도 아이들에게도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하브루타를 도입하면서, 저는 아이들의 삶이 변화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교회 아이들 중 정신적 어려움을 겪은 어머니 덕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쌍둥이 아이가 있습니다. 적절한 돌봄을 못 받았던 아이들은 하브루타를 통해 자신들의 말도 인정받고, 지지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생각이 존중받는다고 생각하자 아이들은 자기의 속이야기를 꺼낼 뿐 아니라, 하지 않던 인사도 잘 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자신감 있게 자신의 부족한 부분까지 바꾸려고 도전하는 것을 보며 하브루타를 통해 개인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있습니다.
또한 말을 잘 더듬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도 힘들어하던 한 아이는 하브루타를 통해 지금은 자기 의견과 생각을 정확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는 저 혼자만의 깨달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알아챌 정도입니다.
목회를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최근 많은 사람들이 소통의 부재 가운데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가정에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하브루타는 사회 전반에 깔린 가정문화를 바꿀만한(저는 신앙인이라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네요.) 하나님의 최고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교육적 효과라면 이미 입증된 것이라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사실상 많은 사람들에게 실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하브루타 교육을 함께 하게 된 것에 무척이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실천을 하면서 대한민국 교육 변화에 함께 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