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처럼 뻗는 하브루타
오현희
(경기 수원)
"엄마, 왜 하브루타 안 해요?" 저희 집에선 며칠만 하브루타를 안 해도 이 소리가 이 방 저 방에서 들립니다.왜 그럴까요? 참으로 궁금하시지요. 그럼 지금부터 저희 가정에 하브루타가 어떻게 생활이 되었는지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 교육정보를 찾던 중 ‘질문의 공부 하브루타’ 카페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마침 《부모라면 유대인처럼》이란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주문을 해서 책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 당시 전 아들로 인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들에게 사춘기가 오면 과연 내가 아이를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이 아이가 미래를 꿈꾸게 해줄 수 있을까? 심히 불안했고 자신이 없었습니다. 육아에 있어서 아빠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저의 몫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모라면 유대인처럼》을 읽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답답했던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펑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무릎을 내리쳤습니다.이대로만 하면 내 모든 고민이 해결될 것이 확실했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찾아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브루타 입문을 신청했습니다. 퇴근 후 강남으로 열심히 쫒아 달려갔습니다. 강의는 참으로 신선했고, 이전까지는 저에게 알게 모르게 있던 유대인에 대한 선입견도 없어졌습니다. 졸업 후 집에서 열심히 해보리라 다짐하였습니다. 처음 시도는 좋았고 실제로도 생각한 대로 잘 되었지만, 그 내용이 점점 엄마의 욕심대로 흘러가면서 하브루타는 어느 순간부터 저희 가정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아마도 제 맘속에는 거부감이 하나 있었나봅니다. 하브루타의 기본은 가정에서 아빠와 더불어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고, 하브루타를 아빠와 함께 했을 때 아이들에게도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지요.
저희는 주말부부입니다. 남편은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에 옵니다. 어떤 경우에는 주말에도 못 올 때가 있습니다. 저 또한 직장을 다니는 엄마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게 허락된 아이들 교육 시간은 하루 3~4시간뿐입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제겐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퇴근 후 저녁은 후다닥 처리하고, 아이들의 공부와 책읽기를 중점에 두자는 것이었습니다. 자연히 남편이 오면 “왔어?" 하면서 한번 쳐다봐주는 것을 끝으로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이렇게 ‘열공’ 모드로 아이들을 가르쳐도 뭔지 모를 답답함은 계속해서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큰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직장맘에게 토요일 오전시간을 활용한다는 것은 아주 큰 결심이 없으면 안될 일입니다. 그래서 지인과 많은 이야기를 밤새 나누기도 했습니다.
문을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그 말씀에 따라 하브루타 부모교육을 신청했습니다.
부모교육을 신청하기 전에 남편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 전에는 저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했었는데 말입니다.그리고 남편에게 하브루타 부모교육을 같이 듣자고 권했습니다. 남편은 저에게 열심히 듣고 오라고 했습니다.남들은 모르겠지만 듣고 오라는 말만 해도 저에게는 엄청난 놀라움입니다.
수업은 너무 크나큰 감동이었습니다. 제가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부분에 원장님은 많은 돌을 던지셨습니다.가정에서 남편의 권위를 세워라, 최고의 밥상을 차려라 등 하브루타의 기본 베이스를…….
전 무조건적으로 원장님 강의로 배운 것을 실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만큼 저는 너무나 간절했습니다. 원장님 말씀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듣는 즉시 집으로 가서 바로 실천에 돌입했습니다.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남편에 대한 저, 그리고 아이들의 태도였습니다.
남편이 귀가하면, 모든 것을 멈추고 아이들과 함께 현관으로 나가 남편을 반겨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는 듯 어색해 했지만, 남편의 얼굴엔 미소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육아도 남편에게 공유했습니다. 금요일 저녁, 남편이 집에 오면 꼭 일주일동안 우리 아이들의 잘한 일들을 하나하나 보여주었습니다.또, 칭찬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칭찬을 해주도록, 축하할 일이 있음 함께 축하할 수 있도록 카톡 메신저를 통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바로바로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늘 대충 먹었던 밥상을 풍요롭게 바꿨습니다. 마트 정육점 아줌마는 이제 저를 엄청나게 반깁니다. "오늘은 또 어떤 맛난 것을 해 드시나요?”하고 말입니다. 식탁 위엔 물감으로 색칠도 했습니다. 식탁 위에 따스한 봄이 찾아온 거지요.
저희 아파트는 목요일 저녁부터 분리수거를 합니다. 저희 남편은 분리수거를 해준 적이 거의 없습니다. 분리수거를 해주기 위해 일부러 평일 저녁에 오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목요일 저녁마다 집에 와서는 분리수거를 해주고, 다시 돌아갑니다. 정말 눈물 나는 일입니다. 주말에 오면 TV만 보던 아빠가 이제는 거실로 나와서 애들 공부를 봐주고, 격려도 해줍니다. 제가 아이들을 너무 심하게 공부시키면 오히려 저를 자제시키기도 합니다. 너무나 큰 변화가 찾아 온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밤, 남편이 저에게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아빠의 자리를 세워줘서 고마워."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감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아빠의 변화와 더불어 가장 걱정했던 첫째의 변화가 급격하게 나타났습니다. 정답이 없는 하브루타! 그냥 편하게 생각을 이야기하는 하브루타! 아이들에게 하브루타는 학습이 아니었습니다. 즐거움 그 자체였습니다.
학원 숙제로 인해 하브루타 할 시간이 없어서 학원에 양의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책을 읽고 하브루타를 나눴습니다. 이제는 주말마다 가족 하브루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브루타는 부정의 힘을 천천히 긍정의 힘으로 끄는 매력덩어리였습니다.
첫째는 모든 것에 상당히 부정적이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조차도 긍정의 힘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새벽에 일어나서 독서를 하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강요도 아니고 누가 깨워서도 아닙니다. 본인 스스로가 일어나서 그리 하고 있습니다. 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도 첫째가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공부법을 꾸준히 계속하면 좋겠다고 말씀을 들었습니다. 전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딛고 있지만 열심히 쫒아 가려고 합니다. 이 좋은 시스템이 한국 가정에 전파됨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들은 왜 하브루타가 좋니?”
“엄마가 맛있는 간식을 챙겨주잖아요, 그리고 들려주는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마지막으로 엄마랑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저는 지금 중급반을 수강하고 있습니다. 중급으로 가면서 또다시 새롭게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다른 방향의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로 하브루타를 하다가 머릿속의 시냅스가 쏟아져 내리는 느낌을 받아서 깜짝 놀란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 이 맛을 느끼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