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우연히 옆에 있는 아빠와 어린아이의 대화를 엿들었다. 의자에 나란히 앉은 아빠와 6살쯤 되어보이는 아들의 대화는 다음과 같았다.
아빠: 물 먹고 싶으면 얘기해!
아들: 왜요?
아빠: 네가 목마를까봐 물 가지고 왔거든.
아들: 네.
잠시 뒤
아들: 아빠, 과자 먹고 싶어도 말해도 돼요?
아빠: 아니, 그건 말하지마.
아이의 시무룩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얼마전 《유대인식 why 사고법 - 이시즈미 간지》에서 읽은 비숫한 내용이 떠올랐다.
책의 일부내용 중에서.....
아이: 아빠 과자 먹고싶어요.
아빠: 안돼. 왜 먹고싶어?
아이: 왜냐하면 .................
아이는 과자를 먹기위해서 아빠를 납득시키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생각해야만한다. -[저자 이시즈미 간지의 해설]
두 사례가 비슷하지만 대화방식이 다름을 알수 있다.
한국아빠는 아이의 질문에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이유를 묻지않았다. 아빠의 거절의사만 표현했다. 아빠의 거절의사에 대해서 아이는 질문하지 않았다. 아빠도 질문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화가 중단되었다.
아이는 아빠의 거절의사에 아이의 생각주머니는 닫히고 감정주머니가 열린다. 과자를 먹고싶은 마음을 알아주지 않은 아빠에 대한 서운함과 답답한 감정이 생겨나게 된다.
뇌과학에 의하면 부정적인 감정은 생각하는 힘의 영역을 줄어들게 하여 감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한다고 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공감받고 위로받기 전까지는 아이와 함께 자라나면서 아이의 성격형성에 영향을 주게된다.
《유대인식 why 사고법》에 의하면 서양의 아빠는 아이의 요구에 No를 말하지만, 반드시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상대방의 거절표현에 대해서 설득하도록 훈련하기위한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설득력에 대한 훈련이 아주 어릴때부터 일상대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빠는 No를 말하고 Because 로 시작하는 답을 유도하기 위해서 질문을 한다.
아이는 과자를 먹고싶은 만큼 아빠를 설득하기위해서 생각해야한다.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필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대화는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질 것이다.
유태인을 비롯한 서양부모는 아이의 생각하는 기회를 늘리기위해서 No! Why?Because ~~~~ 방식의 대화를 어렸을때 부터 훈련한다고 한다.
No 는 거절을 위함이아니라 유연한 사고를 기르기 위함이라고 한다.
어릴때부터 부모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수직적인 대화방식에 익숙한 우리의 아이들(요즈음은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과 달리 논리비판적인 사고력과 창의력, 설득력의 의도가 담겨있는 수평적인 쌍방향소통의 하브루타 대화법을 문화로 접하는 아이들과는 미래에 많이 다른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연구결과에서 보듯이 한국인은 우수한 두뇌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나, 성장과정에서 교육이나 대화방식에 의하여 사고력보다는 암기력을 강화시키고, 질문과 호기심보다는 남보다 빨리가기위해 단기간에 많은 지식을 넣어주기에 급급하다.
오늘의 지식이 내일은 누구나 다아는 상식이 되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교육은 시대의 흐름에 대한 요구인 것같다.
알파고 (인공지능로봇)의 등장으로 세상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위기를 동시에 느낀다. 로봇이나 과학의 기술발전의 한계가 어디까지일까?에 대한 호기심이나 희망못지않게, 로봇으로 대체될 많은 직업들이 인간의 일할권리를 뺏어가지 않을까에 대한 염려도 있다.
이제 사고력을 키우고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교육패러다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미래에 대한 준비는아이들만 교육과정으로 접하는 덕목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공감하고, 사고력을 확장하는 대화로 이어가야 한다.
아이가 과자를 먹고싶다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대화로 하브루타질문은 과자를 먹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대화를 점점 더 발전시키고 확장시켜 나갈수 있다.
과자에서 시작된 대화는 돈의 사용에 대한 이야기, 과자성분에 대한 이야기, TV 다큐멘터리에서 본 "설탕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 공공장소에서의 예절, 참을성의 가치, 물의 중요성 등등 아빠나 엄마와 아이가 주고받을 대화는 엄청나다.
그게 하브루타대화의 힘이다.
지하철에서 본 아이의 아빠도 하브루타질문대화방식을 알고 , 아이의 귀한 질문에 사고력을 확장시키는 대화로 행복한 소통의 부자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인천안산하브루타부모기자 배계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