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후기

아이에게서 배우다



며칠전 비가 오는날 좌석버스를 타고 목적지를 가는 중이었다.
난 기사아저씨 뒷좌석에 앉아서 멍하니 커다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후 3시쯤, 학교를 하교한 듯한 초등학교 4~5학년으로 되어보이는 남학생이 우산을 급하게 접으면서 버스에 올라타자 마자 돈 2천원을 요금통에 급하게 찔러넣었다.

운전기사아저씨는 버스에 올라탄 아이에게 호통을 쳤다.
"일반버스도 많은데 왜 초등학생이 요금이 비싼 좌석버스를 타는거니?"

"일반버스가 잘 안와서요."

"몇 정거장만 가면 되는 거리인데, 왜 비싼 좌석버스를 타는거야. 초등학생이!! 난 초등학생이 얼마되지 않는 거리에 일반버스가 아닌 좌석버스를 타는 게 마음에 안들어!"

"아...그게 아니라....."

아이가 우물쭈물 변명을 하려는 사이 아저씨는 요금통 버튼을 눌러서 짤랑 소리와 함께 백원짜리 동전하나를 거스름돈으로 눌러주면서 여전히 화를 내리지 못하고 투덜투덜하셨다.

백원을 받아 든 아이는 황당한 표정으로
"전 초등학생인데요. 초등학생은 천 칠백인걸로 아는데요. 다른 기사 아저씨들은 천 칠백원만 받으셨는데요."

"뭐!! 그러니까 왜 일반버스를 안타고 좌석버스를 타는거야. 조그만게..."

그러면서 아저씨는 거칠게 요금버튼을 눌러서 이백원을 더 내려주셨다.
아이는 자신이 받아야 할 거스름돈을 당당하게 받아들고 버스 뒤쪽으로 이동을 했다.

아저씨는 여전히 화를 삭히지 못하신 듯 투덜투덜하셨다.
그리고 3정거장 뒤 그 초등학생아이는 큰 목소리로
"감사합니다.안녕히 계세요." 라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목적지에서 내렸다.

버스안 가득 울려퍼지는 아이의 정중한 목소리에 아저씨의 어색하고 당황한 표정이 거울속에 잠깐 스쳐지나갔다.

아이의 당당하고 경쾌한 인사말 한마디에 나는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기사아저씨의 말대로 가까운 거리는 일반버스를 타면 요금을 절약할수 있고 아직 어린학생은 절약과 약간의 불편함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으로 기사아저씨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계속 화를 내시는 거만 빼면.

이천원을 빠른속도로 넣는 걸 보면 한두번의 경험이 아닌것 같은 아이는 화가나서 씩씩대는 나이 많은 어른의 기에 눌리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몫을 차분하게 받아내는 아이의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하면서, 아저씨의 비난에 같은 감정으로 대응하지 않고 오히려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내리는 아이의 태도에 나이 어린 아이지만 내공이 느껴졌다.

나라면 어떠했을까?
과연 인사를 하고 내렸을까?
기사 아저씨에게 화풀이를 다 못한 상한 마음에 표정이 뾰로통해지고 버스에서 빨리 내리고 싶다는 생각에 후다닥 뛰어내리며 떠나가는 버스의 꽁무니에 대고 남아있는 분을 씩씩대며 풀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얼굴이 붉어졌다.

아이가 가까운 거리를 일반버스가 아닌 좌석버스를 굳이 타는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다. 그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만, 어린아이가 의기소침할 수 있는 상황에 당당하게 자신의 몫을 받아내고 상한 감정을 쌓지않고 시민의 발이 되어 버스를 운행하시는 아저씨의 노고를 감사한 마음으로 느끼며 정중하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전할 수 있는 그 마음이 존경스럽고 기특했다.

하브루타 질문 토론의 중요성을 알고나니 세상의 일들에 귀가 커지고 스스로 질문하는 습관으로 세상이 곧 배움터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인천안산하브루타부모기자 배계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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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배계련

등록일2016-05-16

조회수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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