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후기

보는 시각을 달리하면 감정과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브루타를 배우고 해보면서 늘 반짝거리는 새로운 생각에 놀라고 감탄하는 것이 생각지도 못한 것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우와~ 대단한데~~!! 난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지?’ 하는 생각들이었다.

상대와 나는 비슷한 점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입장과 경험이 달라서 하나같이 똑같을 수는 없다.

이번 기사는 나이 들면서 혹은 배우면서 철 든다고 하브루타의 사고로 나와 둘째 아이 그리고 나와 엄마의 관계가 보는 시각을 달리하면 이해와 소통으로 연결이 되는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한다.

 

어린 시절 어른들이 이담에 시집가서 네랑 똑같은 자식 낳아봐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기자인 나도 가끔 들었었다.

 

나라는 존재도, 아이라는 존재도 분명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를 물려받아 만들어졌다.

뇌과학에서도 주의력은 엄마의 유전자를, 집중력은 아빠의 유전자를, 휴식은 강한 아빠·엄마의 유전자를 받아 태어난다고 한다.

 

아이를 낳아 키우다보면 나와 비슷해서 답답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는 한편, 나와 너무 달라서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부모 그늘에서 성장하였는지에 따라 대처 방법과 아이를 대하는 자세는 달라질 것이다.

 

기자인 나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성인군자처럼 느긋하게 아이를 기다려주고 마음을 헤아려주는 그런 엄마는 아니었다. 아이의 <마음 읽어주기>가 참으로 어려웠던 것은 마음을 잘 읽어주시는 지금의 내 부모님이 아닌 태어나서 초등 저학년까지 큰 집에서 자라면서 어린 시절 내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해서 더 그런 듯하다. 그런 부족함을 못 느꼈다면 뭔가를 열심히 배우러 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둘째아이가 집에 와서 계속 짜증을 내고, 학교가기 싫어서 아침에 울고, 머리 아프다고 하는 것이 부쩍 잦아졌다. 2학년이 되고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곧 여름방학인데도 그러고 있으니 엄마인 나 또한 힘들었다. 이야기를 해보려 해도 말도 안하고 짜증을 내다가 울어버리고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으로 둘째아이의 친구들이랑 논 적이 있었다. 노는 것을 보다가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친구에 대한 문제였다. 한 명의 그 친구랑 놀려고 하는 것이다.

 

큰 아이 때는 사서봉사를 하고, 청소하러 학교에 들어가면서 엄마들이랑 어울리다 보니 아이의 학교생활과 친구관계가 어떤지 보고 들을 수 있었는데, 둘째 때는 둘째인 것도 있고, 사서봉사도 안하고, 학부모들의 학교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교장선생님 말씀으로 멀어지게 되니 자연스럽게 선생님을 통해 아이의 학교생활과 친구관계를 듣는 것이 전부였다. 잘 지내고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그대로 듣고 지냈던 것이다.

 

둘째는 4가지 성격 분류 중 <이상형> 친구에 대한 생각이 남다른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일들을 친정엄마랑 이야기를 나누는데 친정엄마는 미소를 지으면서..

 

엄마 : 이제 내 심정 이해되고 알 것 같제?

: 우와~~ 이런 심정이었다고? 어떻게 참았어? 난 진짜 내가 못 참겠는데!!!

엄마 : 그럼 어떻게 하노? 시간이 흘러 스스로 느껴야 되는 것을... ·고등학교 다닐 때 엄마 눈엔 내 딸을 이용하는 게 다 보이는데 걱정이 돼서 이야기하면 삐져서 말도 안하는데~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네~

: 하하하~ 나는 학교 다닐 때 괜찮았는데... 요즘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 사람이 나를 이용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단 말이지~!!

엄마 : 마흔 전에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친정 엄마와 대화를 하면서 괜찮았다고 했지만, 학교 다닐 때 친구들한테 대했던 나의 모습과 마음을 떠올리니 둘째 아이한테 어떻게 해줘야하는지 어떤 말을 해줘야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날 저녁 둘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소위 내가 어려워했었던 <마음 읽어주기>였다.

친구가 하자고 그러면 하기 싫어도 싫다는 말 못하고 같이 하고, ○○가 무언가를 같이 하자 그러면 친구는 안한다고 거절을 하고, 집에 와서 학교에서 참았던 감정들이 터져나와서 그러는데 엄마는 또 짜증낸다고 한 소리해서 많이 속상하고 힘들었겠다고... 선생님 칭찬도 듣고 싶은데, 친구를 생각하다보니 ○○ 마음대로 안 된 것 같다고... 잠시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울음보가 터져버렸다. 꺼이~꺼이~ 소리 내며 울면서 내가 말 안했는데 어떻게 내 마음을 다 알았어?” 라고 말하는 둘째를 보니 빨리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어린 나를 다독이는 그런 마음이 들어 나도 울컥했다. 말없이 꼬~옥 안아주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며칠이 지난 지금 아이인지라 뿅! 하고 확~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어른인 나 또한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지만.. 등교 전에 내가 하기 싫으면 화내지 않고 이야기 하면 돼? 그럼 친구가 화 안내??”라며 물어보곤 한다. 어른인 나도 연습이 필요한데 아이가 오죽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탓도 있겠지만 어릴 적부터 나는 왜 친구들이 나를 쉽게 생각을 하지? 동생 친구들은 옆에서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같이 기뻐해주고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땐 속상하고 나 자신한테 화가 나기도 했었지만 세월이 흘러 아이를 키우면서 비슷한 상황이 생기니깐 그래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내가 경험을 해봤기에 느낌까지 이야기 해 줄 수 있어서 말이다.

 

나에게 주워진 모든 것들은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이라 해도 언젠가는 그 역할을 다하는 때가 있는 듯하다. 지나고 나니 중·고등 시절 친구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시지 않은 친정엄마의 고마움이 마음 깊이 새겨진다.

 

공부재능이 없다면 다른 4가지의 재능이 있다.”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초점이 공부에 맞춰진 것 같긴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엄마 본인에게 질문을 하면서 보는 시각을 달리 하다보면 해결방법이 보이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각자만의 색다른 재능도 덤으로 찾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며 글을 마친다.

 

 

 

경주하브루타부모기자 이구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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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이구미송

등록일2016-05-25

조회수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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