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지인은 직장맘으로 직장과 가사일을 병행하느라 늘 바쁘다.
그래서 아이들과 눈을 마주보고 말하기보다는 집안일을 하면서 지시와 탐색질문식으로 대화를 많이 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늘 엄마의 등을 바라보며 질문하고 대답을 한다.
월말이면 지인은 마감기일을 마추느라 야근을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야근을 해야 하는 어느날 지인은 잠시 집에 들러서 가족들의 저녁식사준비를 서둘러 준비하고 다시 나가기위해서 옷을 갈아입으며 이방 저방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데, 7살난 아이가 계속 엄마를 따라다니며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빨리 다시 사무실로 나가야 하는 지인은 아이의 말을 제대로 듣지않고 건성건성 "응" "그래" 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때 갑자기 아이가 큰 소리로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렸다.
지인은 이렇게 물었다.
"왜 웃어"
"엄마가 바보라고 했잖아! 너무 웃겨"
"내가 언제?"
"내가 계속 엄마한테 말할때 마다 엄마가 응, 그래, 라는 말만 하잖아. 그래서 엄마가 내말을 안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내가 엄마 한번 테스트해보고 싶었어...그래서 내가 엄마 바보야? 라고 물으니까 엄마가 또 응, 그래 라고 했잖아. 하하하 너무 웃겨 엄마 바보야? 응, 그래. 하하하."
아이는 엄마의 반응이 너무나도 웃긴지 배꼽을 잡고 까르르 웃었지만, 순간 지인의 눈에서는 눈물이 핑돌았다.
아이를 잘 키우기위해서 가족들을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기위해서 직장을 열심히 다니고, 돈을 벌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느라 야근까지 마다하지않았지만, 정작 아이의 질문에 귀 기울여주지 못하는 엄마인 자신을 발견하고 갑자기 맥이 풀리면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가슴이 너무 아팠다.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리며, 엄마와 나누고 싶은 대화가 얼마나 많았는지, 엄마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재잘거리던 아이의 마음을 읽어줄 여유가 엄마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지인의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하브루타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었다.
지인은 처음엔 자신이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나와 함께 탈무드 글 한편으로 하브루타를 해보면서, 신기하고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아이와 동화책이나 일상하브루타등 소재는 주변에 얼마든지 널려있다는 팁을 전해주었다.
지인은 시간이 되면 꼭 하브루타 부모교육을 받아보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아이와의 대화는 작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가사일로 직장일로 너무 바쁜 일상이지만, 아이의 질문을 소중히 여길줄 안다면, 대화는 발전할 수 있다.
하루에 단 10분만이라도 아이의 눈을 마주보며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가 이어지면 아이는 엄마를 이해하고 기다려 줄수 있다.
어린시절부터 부모와 눈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연습이 부족하면, 아이가 사춘기가 되고 부모가 시간적 여유가 생겨 대화의 장을 마련하려고해도 그때는 아이가 부모의 말을 들을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아이가 "엄마" 라고 부르는 그 순간이 대화의 시작이다.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과 존중하는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인의 사례를 통해서 새삼 다시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했다.
단 10분이라도 아이와 눈을 마주보고 귀를 기울이며 공감을 보여주는 맞장구대화가 질높은 하브루타대화법으로 이어질 밑거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천안산하브루타부모기자 배계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