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이를 출산 전까지 회계법인과 재무컨설팅회사에서 근무했던 관계로 다른 직장보다 “돈”과 깊이 관련된 20대를 지냈었다. 그래서 아이를 낳고 하브루타에 접하면서부터 상당히 궁금했던 내용 중의 하나가 바로 “유대인부모의 경제교육”이었다.
앞으로 두 번으로 나눠서 제가 과거에 읽었던 3권의 유대인 경제관력책을 인용하면서 나름대로 정리한,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경제교육의 팁을 기사화해보고자한다. 참고 및 인용한 책은 ‘13세에 완성하는 유대인 자녀교육(홍익희 저)’, ‘유대인을 알면 돈이 보인다(데지마 유로 저)’, ‘유대인 하브루타 경제교육(전성수,양동일 공저)’이니, 아이들의 경제교육에 고민하시는 부모님들이라면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먼저, 경제교육이라고 얼핏 들으면 어려워 보이고 사업가도 아닌 평범한 직장인인 엄마, 아빠가 아이들에게 무엇으로부터 가르쳐야 할지 난감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란, 소비활동, 노동활동, 자선활동 등을 포함한 말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단지 “돈의 기능”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무엇을 할까?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깊이 있는 질문을 먼저 부모 스스로에게 던져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즉, 돈을 손에 넣는 것만이 삶의 목적이 아닌, 돈을 삶의 수단으로서 소개하면서 아이들에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무엇에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바로 그 사람의 삶의 가치관, 인간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할 때 경제교육은 굉장히 중요한 아이들의 인성교육과도 직결되는 것 같다.
유대인들은 유대교라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뜻하기 때문에 그들의 경제교육 역시 성경, 탈무든를 근거로 하고 있으며, 철저한 신봉주의사상에 바탕을 둔 교육임을 부정할 수 없다. 먼저 제가 주목한 그들의 경제교육의 첫 번째 팁은 다음과 같다.
1. 경제활동은 ‘정의의 실현’이다
-율법의기본정신에는 ‘정의’와 ‘평등’이 있다. 유대인의 기본적 공동체 정신은 ‘능력껏 벌되 필요에 따라 나눠 쓴다’는 개념이다. 효율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원리로 능력껏 돈을 벌되 필요에 따라 나누어 쓴다는 개념, 곧 ‘분배의 공유’는 공산주의 정신과도 유사하다. 유대인들은 고대로부터 이러한 나눔과 평등사상을 실천해 왔다. 성서 시대부터 수입의 10분의 1혹은 5분의 1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성전에 내는 것을 의무화해 자기 동족을 돌보도록 명시한다. 그들에게 기부나 자선은 종교적 의무의 하나이다. 율법정신의 최고 목적이 약자를 돌보는 정의에 실현에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이와 같은 째다카 행위를 ‘티쿤 올람’의 행위로 이해한다. 티쿤 올람이란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으나 아직 완전하지 않아 하나님의 사업에 협력자인 인간이 하나님과 함께 이를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는 사상이다. 곧 세상을 고친다는 뜻으로 잘못된 질서를 올바르게 회복시키는것을 의미한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많이 소요하고 있다면 유대인들은 나에게 타인의 소유가 모인 것으로 여긴다. 그러므로 이를 원래의 소유주에게 돌려준다는 의미에서 째다카는 잘못된 세상의 질서를 고쳐서 회복시키는 티쿤 올람 행위의 하나이다.
-유대인은 돈을 자지 것으로 생각지 않고 다만 자기가 맡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대인 중에도 돈을 벌기 위해 교활하거나 인색한 자도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것은 어느 민족에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대인은 일반적으로 돈에 대해 결코 교활하지 않다. ‘돈은 자기 것이 아니다’라는 가르침을 어려서부터 받아 왔기 때문이다. 돈이 많이 있어야 좋은 일도 많이 할 수 있는 만큼 ‘돈의 양은 곧 선행의 양’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때문에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종교적으로도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다.
요즘 뉴스에서 매일 터져 나오는 이른바 ‘잘 나갔던 사람들’의 비윤리적인 행위, 발언에 우리는 탄식한다. 교육부 정책관의 민중 비하발언, 검사장과 대기업간의 오랜 기간동안의 스펀서 관계를 보면서 그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교를 갔고,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고 공직을 맡아 왔을까? 라는 회의감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과연 대한민국의 부모님 중에서 몇 가정이 아이들에게 진정한 경제활동, 즉 스스로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노동하며 돈을 벌되, 나에게 몰린 돈을 내 것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세상의 약자를 위해 자선행위를 하고, 불평등한 세상을 평등하게, 정의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노력을 해야 된다고 가르치고 있을까?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리고 남들보다 많이 배우고 많은 물질을 얻은 사람일수록 가져야 되는 덕목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상실하고 있는지를 목격할 때, 아이들에게 이러한 어른들의 추악한 모습이 부끄럽기만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네가 가진 능력을 통해서 세상을 어떻게 보다 살기 좋게, 평등하게, 약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사고를 경제교육의 밑바탕에 깔아 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너의 능력, 너의 직업을 통해서 너의 안락한 생활과 풍요로움만을 추구하는 것은 경제교육의 극 일부만을 가르치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든지 약자의 입장이 될 수도있고, 불평등한 세상은 결국 사회 전체의 불안정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의 신의 백성으로서의 세상에 대한 책임감, 강한 동족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복지제도와 인맥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경제교육에 우리는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유대교인이아니더라도 우리는 후대들에게 정의와 평등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이 부모들이 가지는 공통된 마음이 아닐까 싶다.
또 한 가지, 효율을 중요시하는 자본주의세상에서 능력껏 돈을 벌기 위해서 그들이 주목하는 것이 ‘최고가 아니라 다음을 강조하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내 아이가 정말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남들과 똑 같지 않는 내 아이만의 특별한 능력을 어릴 때부터 계발하여 칭찬과 격려로 키워 주는 것이 부모가 가져야 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20년 뒤에는 현존하는 직업의 50%가 사라질 미지의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주로 20세기를 살아온 우리 부모들이 ‘이 공부를 해라, 저 직업을 가져라’라는 조언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저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내 아이들이 어떤 세상을 살아가게 될 지에 대한 선견지명이 없는 저로써는 유대인부모들처럼 ‘최고가 아니라 남들과 다름을 추구하는’ 교육에 더 집중해야 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그리고 변화의 흐름이 빨라지는 세상 속에서도 유연하게 늘 배우고자 하는 열정과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만이 내가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러려면 아이들에게는 직업의 귀천이나 세상적인 잣대에 연연하지 않는 나만의 컬러, 나만의 창의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공부, 직업이 무엇일까? 어릴때부터 관심을 갖게 하고 세상을 그렇게 넓게 깊게 바라보게 할 것이다.
인천새싹하브루타부모기자 기윤진
(다음기사에 이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