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후기

엄마,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시면 안 되요!

"엄마,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시면 안되요!"
어느 날 6살딸이 이런 충격적인 말을 저에게 던졌습니다. 조용하지만 아주 단호한 말투로.

제가 만약에 이런 말을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에 출연하시는 자녀교육 전문가에게 들었어도 이렇게 충격을 받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한파경보까지 나온 지난 2월에 어느 주말, 독한 눈병을 일주일 간격으로 온가족이 걸린 바람에 거의 3주동안 유치원은 물론, 어디 한번 외출하기도 쉽지 않는 흉한 외모로 온 가족이 고생을 했었습니다. 
눈병만 걸린 뿐이지 몸은 건강한 6살, 4살의 아이들이 집안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역시나 사고를 많이 치게 됩니다. 제가 한눈을 판 사이에 대리석 식탁에 유성매직으로 낙서하고 있는 딸, 청서기를 돌린 지 정확히 5분 만에 클레이조각을 방바닥에 떨어드리고 놀고 있는 아들에게 저는 당연히 소리를 질렀습니다.

"야! 애들아! 이게 뭐야!!" 
외출도 못하고 집안에서 아이들과 꼼짝 못했던 저에게는 분노와 피로가 쌓이고 쌓이다가 결국 아이들에게 그 스트레스를 폭발시키고 말았죠.눈에는 안 보였지만 제 머리에는 아마 도깨비 뿔이 나와 있었을 것입니다. 

낙서범인 딸에게는 15분동안 유성맥직의 강력한 힘을 맛보게 하기 위해 열심히 제 힘으로 닦아내라고 지시를 했고, 15분 뒤에 자신에게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됨을 깨달은 딸이 결과보고를 하러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조용히 말을 했습니다.

"근데요, 엄마,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시면 안 되요, 저도 잘 못했지만 엄마도 아이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 같아요. "

저는 순간 너무 당홍스러워서 말을 더듬으며 딸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러면, 00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잘 못을 했어도요, 엄마는 큰 소리로 화를 내지 마시고 천천히 설명하시면 되요.그러면 우리도 알아들어요"

그렇습니다. 아무리 어린 아이도 한 인격체로서 존중을 받고 싶고, 자신의 잘못을 깨우칠 수 있는 친절한 설명과 개선의 기회를 받고 싶다고 요구를 한 것이었습니다. 
육아책 10권을 읽어도 늘 실천하기 힘들었던 '부모로서의 올바른 행동지침'을 갓 6살이 된 딸을 
통해서 들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습니다. 겉으로는 아주 애교도 많고 활발하지만, 규범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제 딸은 논리적으로 설득되지 않으면 절대로 납득을 안하는 성격입니다. 그 날의 제 행위가 본인에게는 납득이 안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소통을 잘하는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브루타를 공부하게 되었지만 위에서 일어났던 사건처럼 급할 때, 제 예상을 초월하는 상황이 일어날 때, 늘 감정적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버릇을 고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 날, 아이의 '부모교육'을 받은 뒤에 하브루타를 제 삶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소통을 하기 전에 저에게 필요했던 것은 화가 난 순간에, 속상한 순간에 바로 '아이 눈 높이'로 몸을 낮춘 다음에 순간적으로 '아이의 마음에 들어가보기'였습니다. 
아이에게 야단 칠 때 늘 아이가 저를 우러러보는 자세로 위협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반성하고 몸을 낮추면서 제 마음을 아이의 마음에 '순간이동'시키는 연습을 2주일 정도 시도를 해봤습니다.

아이의 마음에 순간이동을 한 다음, 아이의 생각과 시각으로 일어났던 일들(예를 들어 아이가 동생에게 짜증내며서 괴롭히고, 엄마에게는 떼를 쓰며 함부로 말을 던지고 있는 상황에서)을 보는 연습 속에서 제 마음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런 말과 행동을 하게 된 아이에게 어떠한 이유 혹은 심정변화가 있었을까를 먼저 알려고 하고, 질문을 던지면서 아이에게 가까워지기로 했습니다.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었어? 속상한 일이 있었어?"

그 순간에 아이의 마음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속상했던 일들을 이야기를 해줍니다.
저의 감정적으로, 욱하고 튀어나왔던 말들이 사라지고 "아~그랬구나, 그래서 니가 그렇게 떼를 쓰면서 엄마에게 이런이런 말을 했었구나~"라는 '공감의 말'을 던지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제 마음이 편해지고 태도와 표정, 무엇보다 말투가 부드러워지면 당연히 아이들도 변합니다. 
엄마 스스로가 자기절제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아이에게는 무언의 교육이 됩니다. 언제라도 나에게 공감해 주고 귀를 기울어주는 엄마의 존재는 아이에게는 튼튼한 마음의 기둥이 되는 것 같습니다.

미숙하고 실수투성인 엄마인 저에게 이 세상 최고의 선생님은 제 아이들입니다. 좋은 질문대화, 유익한 가족 하브루타시간을 만들어가는 밑거름은 원만한 부모-자녀의 관계형성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원만한 부모-자녀의 관계는 한 인격체로서 서로에 대한 공감과 존중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다는 것을 6살 딸이 저에게 가르쳐 줬습니다. 

인천새싹맘 하브루타부모기자단 기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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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기윤진

등록일2016-03-19

조회수1,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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